농사이야기
양파의 운명
포도 농부와 시인
2020. 8. 5. 16:16

양파의 운명 / 손두용
옛날 구옥 사랑방 창고앞에
빨간망을 입고 매달려 있는 네가
이 장마에 걱정된다
훌러덩 바닥에 뒤집어 까 보니
가족을 이산시켜야 한다
코로나 처럼 전염되면
다 물러 다 녹기 전에
성한 것은 성한대로
상한 것은 상한대로 격리된다
밤새 비오는 소리에
비성의 비 맞고 있는 네가 생각난다
제때 못 먹고 물러 버리는
네가 안타까울 때가 자주다
주룩주룩 비 나리는
이른 아침 집 앞터에서
격리된 너를 집도한다
고약한 환부를 도려 내고
주먹만하던 것이 홀쭉해 진다
오염된 장기를 도려 낸
나와 똑같지 않는가~
너나 나나
유지 관리가 안 되면
버려지고 절제 당한다
수술한 너를 채썰어
올리브유를 발라 웍질을 하고
고추가루와 간마늘
간장과 오리고당과 굴소스로
화장한다
너에게 도포된 덮밥이
오이지만 함께 해도
아침 공양이 아름답다
2020.8.6(목)
양파 많이 자시고 건강하세요~
http://blog.daum.net/sdy1956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