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토마토의 일생

포도 농부와 시인 2020. 9. 4. 07:33

토마토의 일생 / 손두용

네가 좋아하는
습온으로 숨쉬게 하는
하우스 트레이에서 발아되여
분양을 기다리는
싱그럽고 여린
너를 본다

무럭무럭하는
너의 성장 자태를 상상하면서
여기 강화터에 뿌리 내릴
너의 일생을 분양받아
너를 심는다

노란꽃이 열리고
벌과 나비와 바람을 부른다
군살 퍼지지 않게
늘씬한 몸매와 키를 위해서는
곁가지 순도 잘라 주고
주렁주렁 메달린
빨간 자태의 무게를 위해서는
잡아 주고 묶어 주고
너를 가꾼다

아침마다
밤새 안녕하나
길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지 못하고
생기없이 시들시들
영문을 모른체
너의 일부가 죽어 나간다

죽음이 멈추고
나머지는 쭉쭉 잘 자라
너의 키는 내 키를 넘어
너는 파랗게 잘도 열리고
너는 빨갛게 잘도 익어간다

장마 태풍을 견디고
위로 치솟는 성장순을 짤라 주고
아래로는 녹은 잎파리를 제거해 주니
점점 늙어가는
너의 모습의 뼈대가
파과지년의 농부를 닮아 간다

허무한 너의 몸을
묶은 줄과 지지대에서 분리해
이랑에서 뽑아
햇볕에 바짝 말려
농부의 등짝을 데워 주는
구들장에서
너를 화장을 한다

흙에서 발아되고
마지막은 재가 되여서
흙으로 돌아 가는
너의 일생이
농부의 일생과 같지 않는가

2020.9.4(금)
너가 보고 싶다.
네가 있던 자리는 무배추가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