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야기

시월의 노래

포도 농부와 시인 2020. 10. 31. 18:34



시월의 노래 / 손두용

꽃이 피고 진 그 자리마다
자존감과 행복감에 찬
열매를 맺는
텃밭과 집터의 친구들이여
혼삶 수행을 같이 한
토마토감자고구마순무가지랑
고추콩파감밤상추무배추들

가을 갈증을 풀어 주는
참이슬을 섞어서
감잎 떨어지는 소리로 무치고
새벽을 깨는 닭들의 외침과
참새들의 아침 수다로 비벼서
가을햇살 품은 가지와 나물들

아궁이에 마른 들깨와 밤송이와
표고목을 태운 냄새로 데치고
고독의 달빛과 바람으로
농심을 아우르는 간을 하고
동무들의 응원가와 더불어
엄니의 내리 사랑 목소리며

틀림과 다름을 인식하고
지친 장기와 호흡을 느끼며
힘든 나를 세워 주고
가을걷이도 정리하고
아련히 수다 떨며
시월을 노래하는 식구들이다

2021.10.10
테스형을 부르는 시월이다
2024.10.19
시계바늘을 부르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