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야기
깊어가는 가을녁에
포도 농부와 시인
2020. 11. 10. 09:48
가을이슬 머금고 냉정해 지듯
붉디 붉어지는 단풍이며
흙으로 돌아가려는
황갈 낙엽이 뒹굴고
옷 벗는 은행의 나신은
노랑빛의 채색을 더한다
갈대의 흰 머리는
손짓하듯 흔들며
갈길 멀은
철새들의 날개짓을 위로한다
시끄럽던 밭터에는
가지와 고추가
서리 맞어 추워 보이고
상투틀은 배추와 무는
아낙 손길을 기다리네
구들장 데운 연무는
고즈넉한 가을 저녁 노을에
멀리 개짖는 소리와 함께
금월리 마을에 깔리니
저녁밥 짓는 아낙네가 부산하다
푹 삭은 표고목이며
수분 잃은 들깨대랑
밤송이 무덤을 옮겨 놓고
아궁이 불쏘시개에
은박입혀 구운 고구마는
농익은 가을 맛을 부른다
농부와 벗우들은
농주와 수다 떨며
월동 준비에
깊어 가는 가을을 위로한다
2020.11.9(월)
오늘 인시경에 2개월만에
서울로 나선다
http://blog.daum.net/sdy1956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