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텃밭 식구들
포도 농부와 시인
2023. 6. 14. 05:31


텃밭 식구들 / 손두용
넓적한
밑둥잎은
텃밭을 덮을 기세지만
알박이 양배추가
어케 뭉쳐지나
궁금하다
실같이
가늘고 여린 것이
안스러웠는데
키도 허리도
굵어 가며
열병하는 대파가
군대스럽다
밤새 푹 자고
아침 이슬로
갈증을 푼 상추는
패션쇼에
뽐내는
싱싱한 모델이다
보랏빛 엽서에
사연 담은
기다림을 읽으며
주렁주렁
매달릴
가지 가지에
꽃을 피우고
아픈 농부 비웃듯
곁가지를 쳐주고
바닥에 누운
원줄기를 세우 주니
노란꽃 피고 지고
빨간 탐스런
토마토가
매달릴 것이다
밑둥 머리를
이발해 주듯
털은 잎을 데쳐
된장에 무친
고추잎이 별미로다
이슬 머금은
아삭이 고추도
달릴 것이다
덩굴 덩굴
퍼져 가는
손자순 증손자순에서
계속 열리는
샛노란 참외는
부끄러운듯
넝쿨에 숨어 있다
2023.6.14
올해는 고랑에
부직포를 깔았다
풀매기를 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