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소맹자 (笑盲者)
포도 농부와 시인
2020. 2. 3. 20:50

笑盲者 / 손두용
웃음을 잃은 자 대신에
울어 주기나 하듯 여명부터 하늘이 운다
이 땅에 누구를 대변한다면 며칠을 쏟아도
눈물샘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돈도 없고 일자리 없어 답도 없다
가시 방석 앉아 년봉 줄어 말도 없다
악순환 거듭되어 이익 커녕 문 닫도 못한다
이제저제 부도날까 마음 조린다
이들 위해 국가 경영한다나
제들 위해 지역 봉사하겠다나
저들 위해 총칼 메겠다나
제들 위해 일 한다며 떠들겠다나
이들 낸 세금으로 밥 편히 먹는 저들!
이들 약점을 이용하여 사취하는 저들!
이들 알기를 발 밑에 때로 아는 저들!
이들 위한다는 미명아래
저들은 무슨 언행을 하고 있는가?
일부를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누를 범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웃을래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울어지지도 않는다
허공에 내뿜는 긴 한숨에
답답한 폐세포의 속삭임만 느껴진다
무거운 갑옷 인생 말 없이 견뎌 내는
네 얼굴 나의 얼굴이네
거울속에 네 모습 웃음 한점 찾을 곳 없네
남녀노소 우리 모두 笑盲者가 되었구나
1998.5.16(토)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