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하는 벗에게 / 손두용
신입 오기를 고대하는 소하리였다
용두동에서 경기 소하동까지
멀고 설레고 몸쩌는 출근 전쟁이었다
프레스부터 주조까지
공장마다 공정 인원 작업 내용을
조사해서 리포트 제출하라고~
글구 빵 우유 배급 받아 오라 하고~
복사실 카피는 줄 서서 기다리고~
대학 나와 하는 일이 회의적이었지
숙직 날 불로 인해
온몸에 상흔을 입어 죽다 산
벗을 보며 안타까워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일만 같은데
어느새 삼십육년 해가 흘러
벗이 정년퇴직을 했다니~
수많은 계절이 바뀌면서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소하리 한 부서에서만 일하다 장으로서
서산에서 시 쓰며 환경 일구며 장으로서
'직장은 나의 삶' 이라는
철학과 열정으로 보낸 벗이여~
그 까만 머리숱이 하얀 서리가
내린 반백 머리카락은
지난 세월의 훈장처럼
벗의 보기 좋은 모습이며
후회없는 인생의 전반전이라고~
그 동안 하지 못한
여유의 눈으로
세상 풍경 구경하며 책 읽으며
후반전을 설계하는 시공을
페스티나 렌테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
벗이여~
명자나무 꽃말처럼 겸손히 살아 오고
민들레 홀씨처럼 자유로운 영혼이여
벗이 하고 싶은 대로
수선화처럼 나를 위한
후반전 세월을 기원해 본다
2023.12.26
KIA에 남은이 하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