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15

텃밭 농사부대 열병식

텃밭 농사부대 열병식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계절의 변화에 따라 30분대가 오와 열을 맞춰 텃밭 분대를 제식한다 비가 지나쳐 무를세라 너무 더워 탈세라 바람불어 쓰러 질세라 농약 안 치니 병들세라 불청객의 서리 맞을세라 열병식 끝나 부대 유지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하지만 어제의 네가 아닌 성장과 성숙의 녹색에 젖는다 분대 특성별로 때 맞춰 분대원 각주마다 살핀다 곁순 쳐주고 높낮의 지지대 박고 지지끈 묶어 몸의 무게를 지탱한다 뜨거운 햇살 피해 별이 떠 있는 새벽부터 텃밭에서 허리 굽히는 것이 농부의 農이다 뻗어가는 덩굴잎 밑에 능청스럽게 숨은 호박이며 여주나 쑤세미,박이 커 가는 자태가 농부의 모습이다 가꾸는 농심에 수확하는 재미가 없다면 한여름 텃밭은 너무 싫다 텃밭 분대에서 소출하는 오이,고추,피..

농사이야기 2024.05.13

벼농사 첫발

벼농사 첫발 / 無心 손두용하우스 한켠에 설치된자동 이송 라인첫 공정에빈 모판을 올려 준다파종할 상토와 볍씨가자동으로 모판에 반듯하게 깔린다자동차 라인에서제품이 조립되여떨어 지듯이모판이 쌓여 진다싹이 트고 자라면 논으로 이송되어 이항기에 얹저져모내기로 이어질 것이다가족들이친척들이동네 지인들이같이 하는품앗이를 본다2025.4.13쌀쌀한 비바람이 봄을 시샘하니다시 겨울이 온것 같다

농사이야기 2024.04.14

텃밭 식구들

텃밭 식구들 / 손두용 넓적한 밑둥잎은 텃밭을 덮을 기세지만 알박이 양배추가 어케 뭉쳐지나 궁금하다 실같이 가늘고 여린 것이 안스러웠는데 키도 허리도 굵어 가며 열병하는 대파가 군대스럽다 밤새 푹 자고 아침 이슬로 갈증을 푼 상추는 패션쇼에 뽐내는 싱싱한 모델이다 보랏빛 엽서에 사연 담은 기다림을 읽으며 주렁주렁 매달릴 가지 가지에 꽃을 피우고 아픈 농부 비웃듯 곁가지를 쳐주고 바닥에 누운 원줄기를 세우 주니 노란꽃 피고 지고 빨간 탐스런 토마토가 매달릴 것이다 밑둥 머리를 이발해 주듯 털은 잎을 데쳐 된장에 무친 고추잎이 별미로다 이슬 머금은 아삭이 고추도 달릴 것이다 덩굴 덩굴 퍼져 가는 손자순 증손자순에서 계속 열리는 샛노란 참외는 부끄러운듯 넝쿨에 숨어 있다 2023.6.14 올해는 고랑에 부직포..

농사이야기 2023.06.14

고구마 장가 간다

고구마 장가 간다 / 손두용무성한 잎들 아래에는옆이랑과 얽키고 설킨사연 많은 줄기들을잘라 주는 낫질이 필요하다그중에 젊고 싱싱한 순이 붙어 있는 줄기만을 뜯어지나온 옆 전 이랑에 던져 놓는다그렇게 던져진 줄기에서 순을 뜯어 가지런히 뉘여옆이랑에 횡대로 열병시킨다한이랑 순 열병식이 끝나면삼발이 수레를 타고 땅과 이별하고한다발씩 묶여물을 담은 큰함지박에 세워 담궈 놓는다순을 잃은 이랑의 땅과인연을 완전 끊는고구마 줄기 밑둥을낫으로 잘라 준다밑둥 잘린 이랑의 줄기를낫과 손으로 끌어 모아빈 이랑으로 옮긴다이불 비니루를 둘둘 말아 걷어 내서검정비니루 끼리끼리 모아 두면이젠 고구마가 세상에 나갈준비가 된 것이다쇠스랑과 큰삽,작은삽으로이랑을 파 나가니성한놈잘린놈쬐게만한놈들이 나란히 누워 5개월만의 하늘을 본다반나절 ..

농사이야기 2020.10.22

10월초 요즘은 / 손두용

10월초 요즘은 / 손두용 작년엔 링링이 포도밭 60% 비가림과 그물을 날려 버렸지 그래도 작황은 괴안았지 올핸 무려 58일간 연속 비가 와서 작황이 작년에 60% 정도네 맛도 덜하고 이내 몸이 아퍼서 올핸 직접 포도농사 못하고 집앞 200여평 텃밭 농사만 하지 가지 고추 상추 순무 배추 고구마 감자 작두콩 콩 토마토등 이것도 힘들지만 노동을 운동삼아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하고 있다 요즘은 밤 줍는 것이 하루 일과다 밤나무가 집뒤로 40여그루가 된다네 까고 집어 드는 집게질에 손과 팔뚝이 그리고 허리가 절단 일세 가져와서 씻고 말리고 닦고 선별하고 2kg씩 지퍼팩에 담아 밤이 호흡하니 구멍 10개정도 내주고 김치냉장고 신선칸에 저온 보관한다 풀섬에 누워 있는 밤이 너무 이쁘다 밤일이 힘들지만 다들 좋아하..

농사이야기 2020.10.05

토마토의 일생

토마토의 일생 / 손두용네가 좋아하는 습온으로 숨쉬게 하는하우스 트레이에서 발아되여분양을 기다리는 싱그럽고 여린 너를 본다무럭무럭하는너의 성장 자태를 상상하면서여기 강화터에 뿌리 내릴 너의 일생을 분양받아 너를 심는다노란꽃이 열리고벌과 나비와 바람을 부른다군살 퍼지지 않게늘씬한 몸매와 키를 위해서는곁가지 순도 잘라 주고주렁주렁 메달린 빨간 자태의 무게를 위해서는잡아 주고 묶어 주고너를 가꾼다아침마다 밤새 안녕하나길고 지루한 장마를견디지 못하고 생기없이 시들시들영문을 모른체너의 일부가 죽어 나간다죽음이 멈추고 나머지는 쭉쭉 잘 자라너의 키는 내 키를 넘어너는 파랗게 잘도 열리고 너는 빨갛게 잘도 익어간다장마 태풍을 견디고위로 치솟는 성장순을 짤라 주고아래로는 녹은 잎파리를 제거해 주니점점 늙어가는 너의 모..

농사이야기 2020.09.04

양파의 운명

양파의 운명 / 손두용 옛날 구옥 사랑방 창고앞에 빨간망을 입고 매달려 있는 네가 이 장마에 걱정된다 훌러덩 바닥에 뒤집어 까 보니 가족을 이산시켜야 한다 코로나 처럼 전염되면 다 물러 다 녹기 전에 성한 것은 성한대로 상한 것은 상한대로 격리된다 밤새 비오는 소리에 비성의 비 맞고 있는 네가 생각난다 제때 못 먹고 물러 버리는 네가 안타까울 때가 자주다 주룩주룩 비 나리는 이른 아침 집 앞터에서 격리된 너를 집도한다 고약한 환부를 도려 내고 주먹만하던 것이 홀쭉해 진다 오염된 장기를 도려 낸 나와 똑같지 않는가~ 너나 나나 유지 관리가 안 되면 버려지고 절제 당한다 수술한 너를 채썰어 올리브유를 발라 웍질을 하고 고추가루와 간마늘 간장과 오리고당과 굴소스로 화장한다 너에게 도포된 덮밥이 오이지만 함께 ..

농사이야기 2020.08.05

5월 농사

5월 농사 / 손두용어제 오늘 안하면 안 되는데다행히 덕인을 만나성큼 자란 풀밭을 갈아 엎는다테두리망 일부 빼 놓고작업후 다시 박고고구마 비료, 굼벵이 약 주고트랙터 쟁기로 뒤집고경운기로 로터리 치고관리기로 고랑 내고돌들이 나오니 들어 내고마늘밭 EM발효액 타서 뿌려 주고점심도 잊고 5시에 끝났네밥 안쳐 놓고잠자리 구들방 장작 지피고미나리 따서 데쳐 무쳐 놓고밥 먹고 설겆이 다 해 놓고음식물 찌거기 땅에 묻고찬물에 씻으니 개운한 기분개구리 합창에 담배 한대 문다농사 노동이 권태를 잡는다2019.5.4 즐건 연휴 보내세요

농사이야기 2020.06.05

접근 시도

접근 시도 / 손두용 내 팽개 둔 밭이 아픈이도 주인이라고 청명에 오라 한다 풍성한 먹거리를 내 주었던 가지,고추,토마토,깨 들아~ 늦어 미안하다 겨우내 바짝 말라 버린 너희 몸 둥아리를 뽑아 주인 잠자리를 덥힐 구들 아궁이 불꽃이 된다 뽑아 낸 밭자리도 삽으로 뒤집어 놓았더니 간만에 노동이라 힘들다 은행나무 아래 민들레 민초도 보자 하고 링링이 사정없이 부러 트린 밤나무 가지들도 바짝 말라 날 부르니 끌어 다가 가지가지 잘 부러 트린다 이렇게 움직임일 수 있는 일상의 노동 가치가 감사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2020.4.4일 청명한 날씨의 절기 청명이다~

농사이야기 202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