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야기 11

무심 (無心)

무심 / 無心 孫斗容샛노란 은행잎에 가려진 마음(心)들이큰 포도 송이와 같이 알알이 달려있다노오란 은행잎은가을 바람에 취해춤을 추듯 추풍 향연을 펼친다까마귀가 앉자다닥다닥 달려 있는 마음(心)들이 후두득이내 떨어진다달려 있는 마음(心)들은어떤 잡념들일까상심 의심 욕심 괘심흑심 관심 회심 역심진심 한심 인심 방심애심 분노심 .. 조심 ..다 떨어져 홀딱 벗어라청량한 바람으로몸을 씻고따사한 햇살에말리니정화된 150년 공손수(公孫樹) 밑 아래에서아무것도 없는 생각의선정(禪定)으로 복잡한 마음을 비워 가는무심(無心)이 된다2024.11.23엄마는 生死日이 같다오늘은 엄마 기일이다無心은 엄마를 추모한다

나이야기 2024.11.25

살아지는 삶 / 無心 손두용

月水金날 피를 돌리니土日은 비게 된다불가피한 피돌리기 생활 리듬이흙의날 土날 이른 아침에마눌 대리 달고강화 가는 나들이 나선다여기 300평 텃밭 식구들이반겨이 맞아 준다훌쩍 키가 크는고추며 가지며 토마토가넝쿨 넝쿨 올라 가는작두콩이며 오이며땅만 넓은 참외랑 수박이풍성하게 살찐 적청홍 상추가굵어지는 대파들이다매일 못 돌 보고일주일만에 너희들 보니얼굴 잊어 먹을 새라살펴 줄 것이 솔솔치 않다진드물이 잔뜩 끼니불편한 피부 씻겨도 줘야 하고신발 자락 밑둥도 털어 주고이리 삐죽 저리 삐죽우후 죽순 머리결 내민곁순도 잘라 주고고랑 이랑 덮어 혼숙하는 잡풀도집안 청소해 주고하늘이 높다 하고위로 위로 치솟으니자세 잡는 옷도 입혀 준다텃밭 너희들과 한바탕 하다 보면골프공같은 노란 살구가깔아 놓은 양철판에 떨어지는자유..

나이야기 2024.11.11

2023년12월 너는

2023년 12월 너는 / 손두용 웬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기다려 지는 12월을 맞는다 하고픈 일도 안 되고 가고픈 여행도 못 가고 보고픈 딸 아들도 이쁜 외손녀도 자주 못 보고 뭔가를 할 수 있는 몸은 안 되고 아프니 웃음이 멀어져 간다 홀로 견뎌야만 하는 강화 농가에서 아쉬움으로 포기된 채로 올해의 인내를 되씹어 본다 투병하는 4년 내내 힘듬도 내색 없이 서울과 강화를 오가며 30년하고서도 9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측은한다 통증은 의욕을 잠 재우고 투석은 자유 이동을 막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너의 삶이다 2023.12.24 자유로운 일상을 의지대로 하는 X-mas 되세요~~

나이야기 2023.12.24

내가 싫다

내가 싫다 /손두용 다들 쫀심들은 강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헛똑똑이지 어떤 말도 하길 싫더군 그래도 대성 이루지 못하고 살아 왔지만 갖다 바치는 꼴질은 안하고 살았는데 그냥 삼동역을 지나쳐 종착역 여주까지 갔다 세종왕릉 앞에 서서 솔잎비를 맞으며 침묵으로 가슴을 적신다 그렇게 인고에 밣힌 흙빛 누런 잔듸와 역사를 품고 뒹구는 낙엽이 나를 반긴다 아주 늦은 속을 집근처 짜장으로 채우고 천천히 집으로 향한다 많이 걸었다

나이야기 2023.11.22

섹시한 노년

섹시한 노년 /손두용많은이의 사연들이적혀 있는 서고(書庫)를 가까이 하면서바라는 욕심이 없을야만은티내지 않고 여유를 갖는차분함이 좋아 보인다나이에 관계없이 팔팔한 의식은 유행과 문화를 즐기며자연을 친구삼아자신의 실루엣을 연출한다성적 판타지가 있으며적당히 색정적인 몸짓과개방적 사고도 갖고 있고어엿쁜 얼굴이 아니더라도겸손함이 배여 있는인상적인 섹시함이다상대의 사소한 변화를눈치 채고 보듬어 주고 만져 주는 센스이 또한 섹시함으로다가선다매사 긍정적인 여자의 모습은 예쁜 얼굴과 치장한 여성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노년의 남자는 뇌가 섹시한 여자를좋아한다말 잘 들어 주고 능력을 인정해 주는여자에게 빠지게 마련이다육체적 매력보다 더 포괄적 끌림이다노년의 남녀도인간적 소양과 지성을 깔고동물적 본능 만큼은 자유롭게 열..

나이야기 2023.04.04

내 차례다

내 차례다 / 손두용 이 나이 67세 되여서 부모의 형제 10 남매가 전부 가셨고 빙부모 2분도 떠나셨다 부모세대를 그리워 하며 인쟈 우리가 인생을 저미는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일제강점기를 견뎌 내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며 짧은 배움으로 안해 본거 없이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여 살리는 그 고초를 어찌 잊을수가 있단 말인가~ 보여 지지도 않고 만져 지지도 않는다 추억으로만 되새길 뿐이다 그러다 녹음된 목소리를 듣고 동영상을 볼라 치면 바로 옆에 엄마가 있는거 같다 매년 참하게 농사진 보리쌀 팔아 주시고 삼포 가서 수삼 달여 주시고 오메가3 사다 넣어 주시고 참기름에 볶은 미역국이며 감칠 맛 나는 된장찌게며 삶은 양배추쌈에 쌈장이며 양념장 살짝 올린 두부부침이며 밥 비비기 딱 좋은 계란찜하며 엄마의 정..

나이야기 2022.06.07

수행 (修行)

새벽 여명에 누워서 몸도 깨우고 생각에서 잡념과 걱정을 제거한다 누구의 간섭도 없는 나 스스로를 통제하고 제어하는 나름의 일관된 일상 의식을 행한다 정처없는 흰구름, 먹구름과 재잘재잘 들고 나는 참새 소리와 떨어지는 장마 비소리와 스쳐 가는 바람소리와 텃밭의 농작물과 함께 한적한 강화도 농가에서 나 나름의 수행의 칼을 간다 나와의 싸움이기에 더 어렵다 처절한 고독을 견뎌야 한다 예전의 나를 부정하고 새로운 나를 찾아야 한다 수행의 방편으로 육신에 길들여진 욕구를 견디고 제거한다 혼탁해진 정신을 회복하고 온갖 경계를 극복할 내공을 쌓는다 묵언 두문불출 農者天下之大本 Self 공양 타협이 없는 기분 좋은 외로움을 느끼는 자기 혼삶이다 사람관계를 최소화하며 갈 길을 간다 나의 몸과 정신과 생각을 맑고 깨끗이 ..

나이야기 2020.08.02

파과지년 (破瓜之年)

破瓜之年 / 손두용 무언가를 변함없이 한다는 것은 매일 아침 일찍 만나는 텃밭 농작물 같이 조금씩 익어 간다는 것이다 破瓜에 뭘 더 바라 겠는가 나 홀로 견뎌 내고 있다 삶에 젖어 시들해진 육신을 보듬고 한낮 뜨거움을 견뎌 내는 움츠린 호박잎같이 감정 이입이 없는 평정심과 인내심으로 산다 잡념을 절단하는 잡초며 색과 빛과 향이 아우려진 하루가 다르게 집중하는 텃밭이며 얻고자 용쓰는 욕심이 죽는다 죽음이 초연해 지는 초여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지금이다 2020.6.22일(월) 친구들이 많은 6월이다~ http://blog.daum.net/sdy1956kia

나이야기 2020.06.22

손가 인생 (孫家 人生)

孫家 人生 / 손두용 옛날 빼어난 경치와 드넓은 초원이 서북쪽에 중랑천, 동북쪽에 아차산, 용마산, 남쪽엔 한강이 흐르는 옛적 조선조 사냥터,산책터였었던 화양리가~ 조상의 본적지이며 나의 출생지다 백부,아버지,큰고모,작은고모,숙부 5남매 남겨 두고 할머니 젊어 청상과부 만들고 1937년 할부지 젊어 돌아가신다 그때가 아버지 12살때다 유년기 1950년대 베이붐 세대 나의 기억은 앵두 따 먹고, 깻잎 내음이 진동하는 시골스러운 농토 풍경과 정미소 발동기에 달려 있는 양쪽 큰 쇠바퀴 도는 소리도 피댓줄 빠져 다시 거는 정미소 방아쟁이 아버지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소년기 1960년대 큰아버지 도박과 여자놀음 싫은지 화양리 모여사는 형제,친척을 떠나 마장동 작은 조부님댁 근처로 내 이름을 꺼꾸로 한 동네 용두..

나이야기 2020.03.01

서울 오는 길

서울 오는 길 / 손두용 내차 기사는 언제나 88도로가 막혀 있어도 말없이 차를 몬다 기사 남편은 길이 막히면 입이 거칠었섰지 지금은 조용하다 아퍼서 철들었나 보다 기사 남편은 일루 가자 절루 가자 하였지 지금은 안 그런다 아퍼서 지쳤나 보다 기사 남편은 데쿠보쿠에 덜컹거리면 지금도 지랄한다 아퍼도 마찬가지다 20.2.10(월) 그렇게 집에 왔다 여보~수고했소~

나이야기 20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