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당귀(當歸)

포도 농부와 시인 2022. 8. 20. 19:26

當歸 / 손두용
 
지 생긴 모양대로
누구도 의식 않코
자유와 색깔을 한껏 뽐내는
주말터의 잡풀들 만나러 당귀한다

안 아플테는 맑은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용기내어 결단치 못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늙고 아프고 나서야
하고자 함을 쫓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내 온 인생은
처자식을 위한 삶이 였으나
얼마 안 남은 세월은
나를 위한 삶이어라
 
육신의 독을 걸러야 살수있는
주중을 벗어나
옷깃의 바람을 여밀며
심신이 정화되는 쉼터로
주말을 달린다
하늘엄마를 보러 가는
기쁨과도 같다
맑은 공기와 풀과 바람이 부른다
소나무와 밤나무와
감나무와 은행나무와
대추나무와 뽕나무와
살구나무, 포도나무가 반긴다
차디 찬 소주 한잔의
향수를 추억하연서
집앞에 펼쳐진 녹색을 바라 보며
남쪽 창가에 앉아 햇볕도 마신다
당귀한 심신이 편안함을 맛 본다 

뒷산도 거닐며
덩치 큰 나무 등치랑
등짝을 내치며 교감을 하고
인간 교류를 가급적 닫고
발길 멎는 대로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과 눈도 마주 치고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참새들은 집 지붕 기와 둥지로 들락거린다
저녁빛이 어둑해지며
지친 해는 서산에 기대는데
나는 아궁이 앞에 앉아
구들장을 지피고 있다
 
당연히 돌아왔노라
자연처럼의 본연의 모습으로
형식,체면,위선,시선을 의식한들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그리울때 가끔
같이 했던 인연과 정담도 나누고
취미도 하고
책도 읽으며
시를 쓰며 심심함을 달래련다
생각없는 자유인이 되서
텃밭에 흠뻑 땀을 적신다
바닷가에 가서 낚시도 하련다
 
농약은 일도 없는 농작물을 먹고
몸밖으로 나온 피가
정화되서 다시 몸으로
당귀되는 뻘건 튜브의 맥박을 본다
생이 그렇게 멀지 않음을 느낀다
아, 인제 시작이다!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투석하면서 한 20년 살려나~
이제 마음을 당귀의 순리에 맡겨
새삼 초조하고 황망함을 추스려 본다

다 내려 놓고
當歸해서 當歸차를 마신다
살아 있음에
혼자 거닐다가 
인쟈 남은 삼막 인생
조용한 삶을 즐길 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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