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마지막 나들이

포도 농부와 시인 2021. 11. 8. 16:03

마지막 나들이 / 손두용

듀오 첼리스트가
전율하는
마음의 연주 소리가
코로나를 달래며
단풍들과 춤을 추는
10월의 끝자락
가을날 해거름이다

백발의 엄마도
곱게 차려 입고
편치 않은 심신를 끌고
휠체어를 다리 삼아
딸과 아들과 사위를 벗삼아
손녀딸들이 키는
현악에 흠뻑 젖어
인생의 가락을 반추한다

암과 싸우는
아들도
엄두를 못 냈던
두딸 연주회에
암 걸린지도 모르는
엄마랑 함께 하는
마지막 동행 나들이다

외가의 조카도
친가의 질부와 장손도
가장 젊다는 오늘~
문내 큰어른을
보게 되는
세월의 무상함이다

낯 익은 지인들도
저물어 가는
노인의 주름과 표정을
안쓰레이
지긋이
바라볼 뿐이다

가을 날 붉게 물든
단풍과 같이
늙어 가는 모습에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하고
f홀의 선율을
만지는 듯 느껴 지니
만추의 삶과 죽음의
서사시를 읽는다

2021.11.7
엄마가 많이 아프다
대신 아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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