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야기

은행

포도 농부와 시인 2020. 2. 3. 20:24

 

은행 / 손두용

 

쉼터 텃밭 위 구릉에서

버드나무처럼

치렁치렁 눈 시야를 거스린다

가위손으로 단발머리 쳐 주니

구릉아래 전경이 시원해진

6월에 너를 본다

 

숫놈 옆에 암녀가

수천개의 산통을 안고 있다

노랗게 농익은 아들 딸들이

속옷과 특유의 외투을 입어

벌레도 새들도

너를 건들일 수가 없지만

하광을 품고

추풍낙과가 된다

 

처음에는

수년을 한결같이 아침시를 보듯

사방의 너를

한알 한알 집어 모은다

네가 이기나 내가 지나

ㅆㅂ ㅈㄴㄱ ㅎㄷㄴ ㅋㅋ

집중낙하에 화문석을 펼친다

 

첫포대 아들

둘포대 딸부턴 반만 담는다

자식이 너무 무겁다

여섯째포대 딸

ㅆㅂ ㅈㄴㄱ ㅎㄷㄴ ㅋㅋㅋ

아직도 일곱째포대 자식을 기다린다

 

첫포대를 밟는다

죙일 놀다 들어온 꿰재재한

자식놈 물에 담궈 때 불려

벅벅 씻긴다

ㅆㅂ ㅈㄴㄱ ㅎㄷㄴ ㅋㅋㅋㅋ

몇번을 씻겨야 되능겨~

말끔히 씻긴 첫놈을

양탄자 깔고 선풍기 틀어

사타구니 말려 준다

 

둘째

세째포대까지 씻겨 말리니

허리가 끊어진다

ㅆㅂ ㅈㄴㄱ ㅎㄷㄴ ㅋㅋㅋㅋㅋ

아직도 세포대

아니지 네포대가 기다리고 있는

10월에 너를 본다

 

자식농사가 이렇게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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